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종훈/흘러가는 개소리

검지왕자


알바를 하다가 손을 베였다. 슬라이서를 꺼낼 때 그 위에 있는 바닐라빈을 들어 올린다는 게 그만 슬라이서를 꺼내는 손이 더 빨랐던 탓에 손을 베였는데, 난 처음에 그냥 지혈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. 형은 약국까지 가셔서 연고랑 밴드, 골무를 사오셨는데, 피가 계속 철철 나길래 근처에 있는 건대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. 하지만 응급실엔 사람들로 넘쳐났고,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 한다길래 나는 그냥 근처의 혜민병원 응급실로 향했다. 다행히 혜민병원 응급실은 접수하자마자 진료를 볼 수 있었고, 의사쌤은 나에게 봉합을 하자고 말씀하셨다. 사실 꿰매는 걸 예상하긴 했는데, 굳이 이 정도 가지고 꿰매야 하나? 생각도 들었다. 근데 간호사 누나들이 준비하는 걸 보니 무슨 수술실을 보는 느낌이었다. 테이블에는 내가 상상도 하기 싫었던 주사기가 한 개도 아닌 몇 개가 널려있었다. 결국 난 손가락에 마취 주사를 4방이나 맞고, 베인 곳을 4바늘이나 꿰맸다. 근데 왜 마취를 해도 아픈 거지? 마취한 의미가 없었던 것 같다. 의사쌤도 나보고 아프냐고 물어보셔서 아프다고 대답했더니 아무런 말씀 없이 그냥 계속 꿰매셨다. 그럼 왜 물으셨어여... 암튼 엉덩이 주사에 팔목 주사까지, 올해 맞을 주사는 정말 다 맞은 느낌. 엉덩이 주사를 너무 오랜만에 맞아서(진짜 어릴 때 맞았던 기억이 난다) 주사를 놔주시는 남자 선생님께 "엉덩이 주사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러는데, 바지 이렇게 벗으면 되는 거 맞죠?" 하고 수줍게 물었다.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겠지만, 정말 나는 자세부터 얼마나 벗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. 아무튼 내 왼손은 사진처럼 되었고, 순식간에 9만 원이라는 돈이 날아갔다. 후, 앞으로는 조심해야지.